하남 교산동 마애약사여래좌상에서 만난 자연 속 자비의 미소

맑은 겨울 햇살이 산비탈을 비추던 오전, 하남 교산동의 마애약사여래좌상을 찾아갔습니다. 산기슭을 따라 난 좁은 오솔길을 걸어 올라가니 바위면에 새겨진 부처의 형상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먼지 한 점 없는 공기 속에서 돌의 표면이 은은하게 빛났고, 그 위에 새겨진 눈매와 미소가 부드럽게 다가왔습니다. 사람의 손길로 조각되었지만 세월이 만든 질감이 더해져, 단단함 속에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바람이 바위 틈을 지나며 낮은 소리를 냈고, 그 울림이 마치 오래된 염송처럼 들렸습니다. 화려한 절집의 불상과 달리, 이곳은 산의 일부처럼 자연 속에 녹아든 부처였습니다.

 

 

 

 

1. 위치와 접근 동선

 

하남교산동마애약사여래좌상은 하남시 교산동 산자락, 교산지구 남쪽 끝자락의 완만한 언덕 위에 자리합니다. 내비게이션에 ‘교산동 마애약사여래좌상’을 입력하면 인근 주차장까지 안내되며, 도보로 약 7분 정도 산책길을 따라 올라가면 도착합니다. 입구에는 문화재 표석과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돌계단이 비교적 완만하여 접근이 어렵지 않습니다. 대중교통으로는 하남시청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교산리입구’ 정류장에서 하차 후 도보 이동이 가능합니다. 길 양옆에는 소나무와 잡목이 어우러져 있고, 봄에는 진달래가 피어 바위 주변을 물들입니다.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갑자기 고요함이 찾아오는 독특한 공간이었습니다.

 

 

2. 불상의 형태와 첫인상

 

이 마애약사여래좌상은 거대한 화강암 암벽에 새겨진 좌상으로, 높이 약 2.1m의 규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얼굴은 둥글고 눈매는 길게 내려와 자비로운 인상을 주며, 입가에는 미세한 미소가 남아 있습니다. 어깨는 넓고 옷주름은 간결하게 표현되어 있으며, 오른손은 무릎 위에, 왼손은 약항아리를 받치는 형태로 약사불의 상징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머리에는 작은 육계가 솟아 있고, 광배의 윤곽선이 희미하지만 여전히 확인됩니다. 바위 표면은 세월의 풍화로 거칠지만 조각선은 여전히 뚜렷해, 조각 당시의 솜씨가 상당히 뛰어났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햇살이 비칠 때마다 눈과 입 주변에 음영이 생겨 표정이 미묘하게 달라졌습니다.

 

 

3. 역사적 배경과 조성 시기

 

교산동 마애약사여래좌상은 통일신라 후기(9세기경)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시기는 불교 조각이 지역적으로 확산되던 시기로, 중앙의 화려한 불상 양식이 지방 산간 지역으로 전파된 시기였습니다. 하남 지역은 남한산성과 가까워 교통이 편리했고, 남한강과 팔당 일대의 불교 신앙이 활발히 이루어졌던 중심지였습니다. 약사여래는 병을 치유하고 고통을 덜어주는 부처로, 당시 전염병과 기근이 잦았던 시대적 상황에서 많은 이들이 믿고 의지하던 대상이었습니다. 안내문에는 “하남교산동마애약사여래좌상은 통일신라 불교 조각의 지방적 변형과 신앙심의 현지화를 보여주는 귀중한 유산”이라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단순한 형상 너머로, 당시 사람들의 간절함이 느껴졌습니다.

 

 

4. 보존 상태와 현장의 분위기

 

불상은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바위 표면의 풍화가 진행되었지만 주요 윤곽과 얼굴, 손의 형태는 뚜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주변은 낮은 철제 울타리로 보호되고 있으며, 바위 아래에는 제향용으로 사용되던 작은 돌 제단이 놓여 있습니다. 안내판 옆에는 발굴 당시 사진과 도면이 전시되어 있어 이해를 돕습니다. 바위 주변에는 소나무와 잔풀이 자라 있고, 오후 햇살이 바위면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며 불상의 표정이 시간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바람이 불면 솔잎이 흔들리며 부드러운 소리를 내고, 그 리듬에 맞춰 자연과 불상이 하나로 이어지는 듯했습니다. 인공적인 꾸밈이 거의 없는 덕분에 오히려 더 경건한 인상이 남았습니다.

 

 

5. 인근 둘러볼 만한 곳

 

마애불을 둘러본 후에는 인근의 ‘남한산성도립공원’을 방문하면 좋습니다. 산성의 동문까지 이어지는 등산로는 완만하며, 길 곳곳에서 옛 성벽의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차로 10분 거리에 ‘하남향교’가 있어 조선시대 교육과 제례문화를 함께 체험할 수 있습니다. 점심은 교산동 인근의 ‘팔당두부마을’이나 ‘하남쌈밥정식’에서 전통 한식을 추천합니다. 오후에는 ‘검단산 둘레길’을 걸으며 하남 시내와 남한강의 풍경을 감상하면 하루 일정이 차분하게 이어집니다. 불교 유산과 유교 유산, 그리고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코스로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6. 관람 팁과 유의사항

 

교산동 마애약사여래좌상은 상시 개방되어 있으며 입장료는 없습니다. 탐방로가 산기슭을 따라 이어지므로 미끄럼 방지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가 온 뒤에는 바위 주변이 젖어 미끄러울 수 있습니다. 오전에는 빛이 바위면을 정면으로 비추어 불상의 윤곽이 가장 뚜렷하게 보이며, 오후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봄에는 바위 주변에 산벚꽃이 피고, 가을에는 낙엽이 바위를 감싸 색다른 정취를 자아냅니다. 관람 시에는 울타리를 넘어가거나 손으로 바위를 만지지 말아야 하며, 조용히 머무르며 그 자비로운 미소를 바라보는 것이 가장 좋은 감상법입니다.

 

 

마무리

 

하남교산동마애약사여래좌상은 화려한 절집 안의 불상과는 다른, 자연 속에서 얻은 신앙의 흔적이었습니다. 돌과 바람, 햇빛이 함께 만든 시간의 예술이었고, 세월이 지나도 미소를 잃지 않은 부처의 표정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습니다. 말없이 서 있는 그 모습 속에 당시 사람들의 기도와 소망이 여전히 살아 있었습니다. 다시 찾는다면 새벽, 해가 떠오르며 바위면이 금빛으로 물드는 시간에 와서 그 빛과 미소를 함께 보고 싶습니다. 하남 교산동의 마애약사여래좌상은 자연과 신앙이 하나로 이어진, 하남의 고요하고 품격 있는 국가유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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