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끝자락 익산 천호동굴에서 만난 신비로운 지질의 시간

여름 끝자락의 오후, 익산 여산면의 천호동굴을 찾았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느껴진 건 공기 속의 온도 차였습니다. 밖은 따스했지만, 동굴 입구 근처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서서히 스며 나왔습니다.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축축한 냄새와 함께 천장에 맺힌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동굴 안쪽에서 희미한 조명이 반사되어 벽면의 곡선이 은은하게 드러났습니다. 자연이 오랜 시간 쌓아 올린 조형물들이 빛을 받아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공기의 밀도가 달라졌고, 그 안에서 흙과 돌이 내뿜는 냉기가 온몸에 닿았습니다. 천호동굴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지질이 만든 긴 시간의 기록처럼 느껴졌습니다.

 

 

 

 

1. 여산면 산길을 따라 이어진 진입로

 

천호동굴은 여산면 천호리 마을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의 산속에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에 ‘천호동굴’을 입력하면 천호산 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완만한 포장도로로 안내됩니다. 도로 양옆에는 참나무와 느티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여름에도 비교적 시원했습니다. 주차장은 입구 바로 앞에 마련되어 있으며, 주차 공간이 넉넉해 단체 방문도 무리가 없습니다. 입구로 향하는 길에는 ‘천호동굴 국가유산’이라 새겨진 표지석이 세워져 있었고, 그 옆에는 동굴의 지질 구조를 설명하는 안내문이 있었습니다. 길 바닥에는 바위에서 흘러나온 물이 얇은 실선처럼 스며들어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물방울이 미세하게 흔들렸습니다. 산속 깊이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2. 입구의 분위기와 동굴 내부의 첫인상

 

동굴 입구는 낮은 아치형 구조로, 안쪽이 바로 보이지 않을 만큼 굴곡이 있었습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기온이 확 낮아지며 서늘한 공기가 밀려왔습니다. 바닥은 물기가 많아 고무 매트가 깔려 있었고, 벽면에는 곳곳에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 발걸음을 인도했습니다. 천장의 종유석은 마치 물결처럼 이어져 있었고, 일부는 떨어지는 물방울과 함께 반짝였습니다. 벽면은 석회층이 여러 겹 쌓여 있어 색이 다양했습니다. 흰색과 회색, 그리고 약간의 황토빛이 섞인 층들이 파도처럼 이어졌습니다. 곳곳에서 물이 천천히 흘러내려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고, 그 물 위에 조명이 비치며 미묘한 색의 흔들림이 생겼습니다. 소리와 빛, 냄새가 동시에 느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3. 천호동굴의 형성과 독특한 구조

 

천호동굴은 석회암 지대가 오랜 세월에 걸쳐 침식되며 형성된 천연 동굴입니다. 길이는 약 1km 정도로, 일반인에게 개방된 구간은 약 500m입니다. 내부에는 종유석과 석순, 석주가 다양한 형태로 자라 있으며, 일부는 마치 사람의 형상이나 동물의 형태를 닮아 있습니다. 천장이 높아지는 구간에서는 소리가 약간 메아리치며 울려 퍼졌습니다. 곳곳에는 안내 표식이 있어 지질학적 특징을 설명하고 있었고, 조명은 자연스러운 색을 유지해 인공적인 느낌이 적었습니다. 특히 동굴 중앙부의 대형 석주는 천 년 이상 성장한 것으로, 그 굵기와 균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천호동굴의 구조는 수평형과 수직형이 함께 섞여 있어 탐험하는 듯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4. 안전과 관람 편의를 위한 세심한 관리

 

동굴 내부는 관리가 잘 되어 있었습니다. 미끄러짐 방지를 위한 손잡이가 일정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었고, 조명도 은은하게 배치되어 눈부심이 없었습니다. 곳곳에 온도와 습도를 측정하는 장치가 달려 있었는데, 이는 천연동굴의 생태를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벽면에는 동굴 생물에 대한 간단한 안내판이 붙어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천장의 일부 구간에서는 물이 계속 떨어져 작은 소리를 냈고, 그 리듬이 일정해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바닥의 통로는 폭이 넓고 경사가 완만해 어린이나 노인도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동굴 탐험이라는 느낌이 들면서도, 불편함이 거의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관리자의 손길이 세심하게 닿아 있었습니다.

 

 

5. 주변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여행 코스

 

천호동굴 관람을 마친 뒤에는 바로 인근의 천호산 등산로를 따라 올라갔습니다. 정상까지는 약 40분 정도 걸리며, 중간 전망대에서 익산 들판이 한눈에 내려다보였습니다. 산 아래에는 ‘여산향교’와 ‘여산송씨고택’이 있어 함께 둘러보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점심은 여산면 중심의 ‘천호식당’에서 민물매운탕을 먹었는데, 얼큰한 국물 덕분에 동굴 속의 냉기가 단숨에 가셨습니다. 오후에는 ‘웅포 곰개나루’ 쪽으로 이동해 금강변을 따라 산책했습니다. 물안개가 살짝 남은 강변길이 고요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천호동굴에서 시작해 자연과 문화, 풍경을 함께 느끼는 하루 코스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6. 방문 시 유용한 팁과 주의사항

 

천호동굴은 연중 일정한 온도(약 14도)를 유지하므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합니다. 하지만 내부가 습하므로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입장 시 안전모와 조명이 제공되며, 일부 구간은 통로가 좁아 가방은 최소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동굴 내부에서는 음식물 섭취가 금지되어 있으며, 손으로 종유석이나 벽면을 만지는 행위도 제한됩니다. 사진 촬영은 가능하지만 플래시 사용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주말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으므로 평일 오전이 한결 여유롭습니다. 동굴 밖에는 간단한 음료 자판기와 벤치가 마련되어 있어 탐방 후 쉬기 좋습니다. 자연의 숨결을 가까이에서 느끼고 싶은 분께 추천할 만한 곳입니다.

 

 

마무리

 

천호동굴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지구의 시간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벽면의 결 하나하나가 오랜 세월의 흐름을 말해주었고, 그 안에서 들리는 물소리와 공기의 울림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조용히 서 있으면 자신도 그 긴 시간의 일부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밖으로 나와 따스한 햇살을 다시 마주했을 때, 동굴의 냉기와 외부의 공기가 교차하며 묘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다음에는 비가 오는 날 찾아, 떨어지는 빗물이 동굴 안에서 어떤 소리를 내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천호동굴은 자연이 빚어낸 완벽한 정적과 신비를 품은 익산의 보석 같은 장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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